― 시인 이영하-
붉은 함성은 다시 역사를 부른다
시인 이영하
내일의 휘슬은
한 경기의 시작이 아니라
또 하나의 역사가 문을 여는 소리다.
우리는 기억한다.
스물네 해 전,
붉은 물결이 강이 되어 흐르던 여름.
한 사람의 질주가 한 나라의 심장을 뛰게 했고,
광장의 함성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세계의 하늘에 새겨 넣었다.
그날의 함성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오늘도 우리 가슴 어딘가에서
붉게 살아 있다.
세상은 기록을 말한다.
어떤 통계는 쉽지 않은 경기를 예고하고,
어떤 예측은 개최국의 우세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기록 밖에서 시작되었다.
태극마크를 품은 선수들이여,
그대들은 열한 명이 아니다.
새벽잠을 미루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국민,
거리마다 다시 붉어질 함성,
수많은 세월의 기다림까지
함께 뛰고 있다.
상대는 멕시코,
그러나 축구는 관중의 숫자로 하는 경기가 아니라
가슴의 크기로 하는 경기다.
공 하나를 끝까지 놓지 않는 집념,
동료를 위해 한 걸음 더 뛰는 헌신,
경기 종료의 마지막 휘슬까지
포기하지 않는 용기.
그것이 대한민국 축구가 걸어온 길이었다.
내일, 승리는 먼저 점수판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보다 믿음을 선택하는 순간,
포기보다 도전을 선택하는 순간,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된다.
부디 보여다오.
끝까지 달리는 사람의 힘을,
끝까지 서로를 믿는 팀의 가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심장을.
그리고 다시 한번,
붉은 함성이 바다를 건너
세계의 하늘을 흔들 때,
우리는 알게 되리라.
기적은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자에게
찾아온다는 것을.
내일 아침,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세상에서 가장 뜨겁게 빛나기를.
<시작 노트>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하나의 심장으로 뛰었던 특별한 역사였다. 거리마다 붉은 물결이 넘실거렸고, "대~한민국"의 함성은 국경을 넘어 세계를 울렸다. 당시 우리는 축구 경기의 승패를 넘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국가적 자긍심, 그리고 함께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확인하였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렀다. 선수는 바뀌었고, 감독도 바뀌었으며, 월드컵의 무대와 규정 또한 달라졌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 들의 마음과, 태극 마크를 가슴에 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정신이다.
이번 멕시코전은 단순한 조별리그 2차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 대표팀은 역사적으로 2차전에서 아쉬운 결과를 남긴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를 '징크스'라고 부른다. 하지만 스포츠의 역사는 언제나 예측을 뛰어넘는 도전과 극복의 기록이었다. 나는 이번 경기 역시 과거의 통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시는 선수들에게 보내는 응원인 동시에, 새벽잠을 미루며 경기를 지켜볼 국민 들의 염원이기도 하다. 또한 승패를 떠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 서로를 믿고 함께 뛰는 팀워크,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가진 뜨거운 힘에 대한 찬가이기도 하다.
내일 경기장에 서는 선수들이 이 함성을 들을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한 걸음 한 걸음 뒤에는 온 국민의 기도와 응원이 함께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붉은 함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함성은 지금도 우리 가슴속에서 살아 있으며,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