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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 시인 詩心 世界■···공항의 이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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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79
  • 2026.11.01 22:05
▲ 하늘시인 이영하
 
 
공항의 이별(1)
 
(하늘시인 이영하)
 
일 년에 한 번,
두 주의 시간이 고국의 문을 열었다.
레바논의 먼 하늘을 뒤로하고
나는 익숙한 말들이 살아 있는 땅으로 돌아왔다.
 
외교부의 강의실에서
낯선 세계의 소식을 다시 배우고,
고향의 골목에서 오래 기다린 얼굴들을 하나씩 만났다.
어머니의 안부와 친구의 웃음,
식탁 위에 놓인 소박한 반찬까지
멀리 떠나온 세월을 잠시 접어 주었다.
 
그러나 귀국의 끝에는
언제나 다시 떠나야 하는 시간이 서 있었다.
공항의 출국장, 가족과 친지의 손을 잡았다 놓는 순간
말보다 먼저 눈시울이 젖었다.
잘 다녀오라는 짧은 인사 뒤에
차마 건네지 못한 말들이 유리문 너머로 오래 따라왔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면
고향은 불빛 몇 점으로 멀어지고,
내가 지켜야 할 하늘은
다시 낯선 나라의 지평 위에 펼쳐졌다.
그곳에서 나는 조국의 산맥을 마음으로 더듬고
우리 공군의 날개를 먼 밤하늘에 그렸다.
 
그리움이 깊어지던 어느 날에는
창가에 서서 시 한 편을 썼다.
「그리움의 창가에 서서」.
 
먼 훗날 그 시가
보령 ‘시와 숲길’에 돌의 문장으로 새겨졌다는 소식은
멀리 떠나 있던 날들의 외로움에도
작은 귀향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이제 공항을 떠올리면 비행기의 이륙보다 먼저
배웅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떠나는 사람은 하늘을 향해 날아가지만
남겨진 사람의 사랑은 그가 돌아올 문을 오래 밝혀 둔다.
 
 
 
<시작 노트 — 공항의 이별>
 
 
◉ 주제 및 배경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주레바논 특명전권대사로 근무하던 시절, 매년 한 차례 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해 약 2주간의 교육과 고향 방문을 마친 뒤 다시 레바논으로 떠나야 했던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짧은 귀국의 기쁨과 가족·친지와 나누던 출국장의 이별을 한 편의 시에 담았다.
 
 
◉ 시적 구성
 
귀국의 설렘에서 고향의 온기, 재출국의 아쉬움, 낯선 하늘에서 되살아나는 조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정서를 전개했다. 마지막에는 공항을 단순한 출발과 도착의 장소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이 서로의 귀환을 기다리는 공간으로 확장했다.
 
 
◉ 시적 감수성
 
대사로서의 공적 책무와 한 개인으로서의 가족애가 교차하는 순간을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했다. 이별의 슬픔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손을 놓는 순간, 유리문 너머의 인사, 멀어지는 고향의 불빛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 비유 및 표현 기법
 
‘두 주의 시간’, ‘고향의 골목’, ‘불빛 몇 점’, ‘귀향의 자리’ 등의 이미지로 짧은 귀국의 시간과 긴 그리움의 간격을 형상화했다. 「그리움의 창가에 서서」와 보령 ‘시와 숲길’의 시비를 실제 삶과 문학이 만나는 상징으로 배치했다.
 
 
◉ 시적 메시지
 
떠나는 사람의 발걸음은 하늘을 향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사랑은 언제나 돌아올 문을 밝혀 둔다. 공항의 이별은 단절이 아니라 다시 만날 날을 향한 기다림이라는 뜻을 전하고자 했다.
 
 
◉ 시인의 메모
 
외교관으로서 조국을 떠나 있었던 시간은 조국을 잊는 시간이 아니라, 조국을 더 깊이 그리워하는 시간이었다. 그리움으로 쓴 시 한 편이 훗날 시비로 남았듯, 떠나며 흘린 마음도 삶의 어딘가에 오래 새겨지기를 바란다.
 
 
〔mailnews7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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